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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ongcheol Kim
틀어쌓은 집 | Building 'Tilt and Stack'
보이지 않는 도시의 경계 언저리
이미 유명세를 얻은, 어쩌면 앓고 있는 성수동 서울숲길의 카페거리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다. 크게는 성수동의 다른 지역에 대비되는 소규모 건축물의 집합인 카페거리 자체가 하나의 구분되는 섹터이겠지만, 이 안에서도 서울숲4길을 경계로 적벽돌의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숲 인근의 주택지역과 이보다 조금 더 큰 근린생활시설 복합건축물이 들어서 있는 상가지역으로 나뉜다. 주택지역은 대략 필지당 150~200제곱미터 사이, 상가지역은 250~300제곱미터 사이의 면적을 가지는데, 이 100여 제곱미터의 차이는 두 도시공간의 지역적 정체성을 확실히 구분짓는다. 100제곱미터, 약 30평의 필지면적 차이는 주택지역에는 전체 리모델링을 통한 비스트로와 카페의 입점을, 상가지역에는 부분 리모델링을 통한 분할 임대차와 소규모 사옥 규모의 사무소 공간 수용을 유도한다. 이런 맥락적 차이는 건축물을 활용하는 방식과 그 결과를 은근하게 조장하는 사회적, 경제적 배경인 셈이다.
이번 우리의 프로젝트는 그 두 지역의 경계, 그 중에서도 꼭지점에 위치한다. 평일 낮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깃집, 주택을 리모델링한 카페들, 전국 최초로 BTL 사업을 통해 건립된 주민센터, 철물점과 부동산중개사무소, 패션 로드샵 등이 뒤엉켜 있는 복잡하고 재미있는 동네, 그 동네의 보이지 않는 경계의 시작점에 임대를 위한 근린생활시설을 설계해 내는 일은 쉬운 듯 어려운 과제였다. 두 지역의 특성을 모두 취해야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주택지역의 붉은 벽돌 건축물로서의 정체성은 가지고 가야 했다. 윗동네의 중규모 레스토랑과 사무소 등의 프로그램과 아랫동네의 카페, 공방, 비스트로의 진입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범용적 평면계획이 필요했다. 그리고 두 지역에 면한 건축으로서 일관되면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디자인적 접근이 전제됨은 두말 할 것 없었다.
붉은벽돌의 감성과 실리
경계의 아랫동네는 붉은벽돌마을 이라고도 불린다. 서울시와 성동구의 붉은벽돌 마을화 사업의 대상지로, 동네의 정체성을 건축의 외관으로 규정한 드문 사례이자, 건축가들에게는 반가운 사업이기도 하다. 신축하더라도 붉은벽돌을 적용할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그에 더해 건물 활용 과정에서 상생임대제도 참여를 확약할 경우 부설주차장 설치를 기부채납 형태로 면제해 주는 이점이 있는데 이러한 제도의 사회적 선순환작용은 자치하고서라도 임대용 건축물을 설계하면서 저층의 주차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건축가의 일생에 경험하기 어려운 독특한 완화조건임은 틀림없었다.
우리는 이러한 조건들, 붉은 벽돌의 미적 특성과 저층부의 활용 가능성을 십분 활용하는 계획을 진행하였다. 우선 저층부는 계획 가능한 영역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1층 면적이 극대화 되도록 함과 동시에 주 도로에서 이면도로로 넘어가는 코너부 특성에 순응하여 한 켜 접어 디자인 하였다. 이 부분은 주출입구로의 동선 유도 뿐 아니라 간판, 포스터 등을 위한 준비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구조부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창호로 계획하여 성수동 골목길의 활발한 소통을 받아들이게 하였고, 층고를 최대화 하면서 이면도로의 창호를 연동식 슬라이딩도어로 계획해 내부에서도 수직적, 수평적 개방감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작은 무대를 가진 지하층은 이면도로쪽의 선큰을 통해 채광과 환기, 출입이 가능하게 했는데, 이 알찬 선큰은 지하층 내부에서 활짝 열리는 폴딩도어와 대나무를 배경으로 갖게 하여 내부 공간감의 질을 높였다.
상부층들은 심플한 무주공간의 임대공간으로 계획했다. 수직동선과 화장실은 컴팩트하게 일원화하여 부지의 가장 깊은 곳에 배치하고, 양 도로쪽으로 임대공간이 위치하게 했다. 주도로와 윗동네쪽으로는 파노라믹한 개구부와 테라스를 통해 탁 트인 도시의 풍경을 마주하게 계획하고, 복작복작한 붉은벽돌마을로의 이면도로쪽은 밀도있는 도시경관의 연속성과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벽들을 남겨두었다. 2층은 돌출된 1층의 매스 덕에 생긴 조금 더 넓은 테라스를 갖게 하고, 4층은 테라스에서 옥상정원으로 오르는 직통계단을 두어, 결국 지하층부터 4층까지 모두 다른 환경과 동선, 그리고 그로 인한 차별화된 분위기를 선사하게 하였다.
경계와 모퉁이 건축의 전략
대지는 두 마을 속 보이지 않는 경계의 시작점에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래된 두 켜 필지로 구획된 붉은벽돌 마을의 첫 번째 모퉁이 부지이기도 하다. 윗동네와 주도로에 면한 짧은 전면부와 아랫동네와 부도로로 인도하는 긴 측면부를 가지는데, 개구부의 범위, 벽의 형태와 면적, 벽돌의 쌓기 방법 등을 통해 두 변의 건축적 대응을 달리 하여 같은 듯 다른 두 요소들이 공존하게 했다.
층과 층 사이의 슬래브 부분은 두툼한 띠장을 형성해 마치 모퉁이에서 만나는 연결된 두 길처럼 건축물의 모서리를 하나의 연속된 면이 감아내는 형상을 갖게 했다. 이 부분의 상하부는 짙은 색의 철판으로 마무리해 뚜렷한 인상을 갖게 하고, 벽돌 역시 세로로 쌓아 구분되는 면을 형성하였다. 띠장과 띠장 사이는 살짝 틀어낸 벽들이 끼워지듯 받쳐져 있는 모습으로 디자인 했는데, 짧은 전면부는 넓게 간격을 두어 경관을 열어주고 테라스를 형성하면서 그 모퉁이는 비워내어 개방감과 강조를 주었고, 긴 측면부는 골목 깊은 곳으로 갈수록 벽들의 간격이 좁아지도록 개구부를 줄여가며 배치해 아랫동네의 골목으로 진입하는 도시경험의 내러티브를 담아내고 프라이버시 심도를 높였다. 부도로에서 진입하는 주출입구의 수직동선의 벽은, 이 지점부터 시작되는 주택들을 고려하여 비워쌓은 면들로 최소한의 채광과 환기만을 가능케 하면서 적절히 닫았다.
소위 핫플레이스에서 임대차를 목적으로 건립되는 건축물의 설계과정은 상징성과 합리성의 사이에서 무수히 진동하게 마련이다. 틀어쌓은 집은 임대 최대면적 확보, 부설주차장의 면제, 지역에 순응하며 인센티브를 확보하는 외장재료의 선택, 각 임대공간을 위한 외부공간과 개별 동선의 고려 등 합리성의 영역을 철저히 고려하는 것을 이 건축의 존재의 이유로 인정하며 최우선 가치로 다루었다. 그러나 동네에 대한 맥락적 이해를 바탕으로 부지의 성격을 디자인 모티브로 이어내고, 건축이 면한 도시의 특성에 따라 개별화 되고 차별화 된 건축적 제스처를 취하는 등 담담하고 조용한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도전적이지 않지만 순종적이지도 않은 이러한 접근은 건축이 단순한 상업적 도구로 소비되기 쉬운 특정 도심에서 우리의 결과물이 유하지만 강하게 살아남기를 바라는 건축가의 작은 바람이기도 하다.
Architect : H2L
Design Team :Soyeon Jung
Location : Seongsu-dong, Seongdong-gu, Seoul, Korea
Client : Private
Photography : Seongcheol Kim
Project : 2021.08 - 2022.04
Built : 2022.04 - 2023.12
Type : Neighborhood Facility
Site Area : 150.75㎡
Site Coverage Area : 88.72㎡
Total Floor Area : 403.29㎡
Building Scope : B1F, 4F
Structure : RC
Finish : Red Brick, Steel P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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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ongcheol Kim
틀어쌓은 집 | Building 'Tilt and Stack'
보이지 않는 도시의 경계 언저리
이미 유명세를 얻은, 어쩌면 앓고 있는 성수동 서울숲길의 카페거리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다. 크게는 성수동의 다른 지역에 대비되는 소규모 건축물의 집합인 카페거리 자체가 하나의 구분되는 섹터이겠지만, 이 안에서도 서울숲4길을 경계로 적벽돌의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숲 인근의 주택지역과 이보다 조금 더 큰 근린생활시설 복합건축물이 들어서 있는 상가지역으로 나뉜다. 주택지역은 대략 필지당 150~200제곱미터 사이, 상가지역은 250~300제곱미터 사이의 면적을 가지는데, 이 100여 제곱미터의 차이는 두 도시공간의 지역적 정체성을 확실히 구분짓는다. 100제곱미터, 약 30평의 필지면적 차이는 주택지역에는 전체 리모델링을 통한 비스트로와 카페의 입점을, 상가지역에는 부분 리모델링을 통한 분할 임대차와 소규모 사옥 규모의 사무소 공간 수용을 유도한다. 이런 맥락적 차이는 건축물을 활용하는 방식과 그 결과를 은근하게 조장하는 사회적, 경제적 배경인 셈이다.
이번 우리의 프로젝트는 그 두 지역의 경계, 그 중에서도 꼭지점에 위치한다. 평일 낮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깃집, 주택을 리모델링한 카페들, 전국 최초로 BTL 사업을 통해 건립된 주민센터, 철물점과 부동산중개사무소, 패션 로드샵 등이 뒤엉켜 있는 복잡하고 재미있는 동네, 그 동네의 보이지 않는 경계의 시작점에 임대를 위한 근린생활시설을 설계해 내는 일은 쉬운 듯 어려운 과제였다. 두 지역의 특성을 모두 취해야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주택지역의 붉은 벽돌 건축물로서의 정체성은 가지고 가야 했다. 윗동네의 중규모 레스토랑과 사무소 등의 프로그램과 아랫동네의 카페, 공방, 비스트로의 진입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범용적 평면계획이 필요했다. 그리고 두 지역에 면한 건축으로서 일관되면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디자인적 접근이 전제됨은 두말 할 것 없었다.
붉은벽돌의 감성과 실리
경계의 아랫동네는 붉은벽돌마을 이라고도 불린다. 서울시와 성동구의 붉은벽돌 마을화 사업의 대상지로, 동네의 정체성을 건축의 외관으로 규정한 드문 사례이자, 건축가들에게는 반가운 사업이기도 하다. 신축하더라도 붉은벽돌을 적용할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그에 더해 건물 활용 과정에서 상생임대제도 참여를 확약할 경우 부설주차장 설치를 기부채납 형태로 면제해 주는 이점이 있는데 이러한 제도의 사회적 선순환작용은 자치하고서라도 임대용 건축물을 설계하면서 저층의 주차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건축가의 일생에 경험하기 어려운 독특한 완화조건임은 틀림없었다.
우리는 이러한 조건들, 붉은 벽돌의 미적 특성과 저층부의 활용 가능성을 십분 활용하는 계획을 진행하였다. 우선 저층부는 계획 가능한 영역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1층 면적이 극대화 되도록 함과 동시에 주 도로에서 이면도로로 넘어가는 코너부 특성에 순응하여 한 켜 접어 디자인 하였다. 이 부분은 주출입구로의 동선 유도 뿐 아니라 간판, 포스터 등을 위한 준비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구조부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창호로 계획하여 성수동 골목길의 활발한 소통을 받아들이게 하였고, 층고를 최대화 하면서 이면도로의 창호를 연동식 슬라이딩도어로 계획해 내부에서도 수직적, 수평적 개방감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작은 무대를 가진 지하층은 이면도로쪽의 선큰을 통해 채광과 환기, 출입이 가능하게 했는데, 이 알찬 선큰은 지하층 내부에서 활짝 열리는 폴딩도어와 대나무를 배경으로 갖게 하여 내부 공간감의 질을 높였다.
상부층들은 심플한 무주공간의 임대공간으로 계획했다. 수직동선과 화장실은 컴팩트하게 일원화하여 부지의 가장 깊은 곳에 배치하고, 양 도로쪽으로 임대공간이 위치하게 했다. 주도로와 윗동네쪽으로는 파노라믹한 개구부와 테라스를 통해 탁 트인 도시의 풍경을 마주하게 계획하고, 복작복작한 붉은벽돌마을로의 이면도로쪽은 밀도있는 도시경관의 연속성과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벽들을 남겨두었다. 2층은 돌출된 1층의 매스 덕에 생긴 조금 더 넓은 테라스를 갖게 하고, 4층은 테라스에서 옥상정원으로 오르는 직통계단을 두어, 결국 지하층부터 4층까지 모두 다른 환경과 동선, 그리고 그로 인한 차별화된 분위기를 선사하게 하였다.
경계와 모퉁이 건축의 전략
대지는 두 마을 속 보이지 않는 경계의 시작점에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래된 두 켜 필지로 구획된 붉은벽돌 마을의 첫 번째 모퉁이 부지이기도 하다. 윗동네와 주도로에 면한 짧은 전면부와 아랫동네와 부도로로 인도하는 긴 측면부를 가지는데, 개구부의 범위, 벽의 형태와 면적, 벽돌의 쌓기 방법 등을 통해 두 변의 건축적 대응을 달리 하여 같은 듯 다른 두 요소들이 공존하게 했다.
층과 층 사이의 슬래브 부분은 두툼한 띠장을 형성해 마치 모퉁이에서 만나는 연결된 두 길처럼 건축물의 모서리를 하나의 연속된 면이 감아내는 형상을 갖게 했다. 이 부분의 상하부는 짙은 색의 철판으로 마무리해 뚜렷한 인상을 갖게 하고, 벽돌 역시 세로로 쌓아 구분되는 면을 형성하였다. 띠장과 띠장 사이는 살짝 틀어낸 벽들이 끼워지듯 받쳐져 있는 모습으로 디자인 했는데, 짧은 전면부는 넓게 간격을 두어 경관을 열어주고 테라스를 형성하면서 그 모퉁이는 비워내어 개방감과 강조를 주었고, 긴 측면부는 골목 깊은 곳으로 갈수록 벽들의 간격이 좁아지도록 개구부를 줄여가며 배치해 아랫동네의 골목으로 진입하는 도시경험의 내러티브를 담아내고 프라이버시 심도를 높였다. 부도로에서 진입하는 주출입구의 수직동선의 벽은, 이 지점부터 시작되는 주택들을 고려하여 비워쌓은 면들로 최소한의 채광과 환기만을 가능케 하면서 적절히 닫았다.
소위 핫플레이스에서 임대차를 목적으로 건립되는 건축물의 설계과정은 상징성과 합리성의 사이에서 무수히 진동하게 마련이다. 틀어쌓은 집은 임대 최대면적 확보, 부설주차장의 면제, 지역에 순응하며 인센티브를 확보하는 외장재료의 선택, 각 임대공간을 위한 외부공간과 개별 동선의 고려 등 합리성의 영역을 철저히 고려하는 것을 이 건축의 존재의 이유로 인정하며 최우선 가치로 다루었다. 그러나 동네에 대한 맥락적 이해를 바탕으로 부지의 성격을 디자인 모티브로 이어내고, 건축이 면한 도시의 특성에 따라 개별화 되고 차별화 된 건축적 제스처를 취하는 등 담담하고 조용한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도전적이지 않지만 순종적이지도 않은 이러한 접근은 건축이 단순한 상업적 도구로 소비되기 쉬운 특정 도심에서 우리의 결과물이 유하지만 강하게 살아남기를 바라는 건축가의 작은 바람이기도 하다.
Architect : H2L
Design Team :Soyeon Jung
Location : Seongsu-dong, Seongdong-gu, Seoul, Korea
Client : Private
Photography : Seongcheol Kim
Project : 2021.08 - 2022.04
Built : 2022.04 - 2023.12
Type : Neighborhood Facility
Site Area : 150.75㎡
Site Coverage Area : 88.72㎡
Total Floor Area : 403.29㎡
Building Scope : B1F, 4F
Structure : RC
Finish : Red Brick, Steel Pl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