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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730 | 자양동 근린생활시설 리모델링
2022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우수상 수상작
공공성(publicness)을 담보해야 하는 건축이 공공건축물이라면, 공지성(publicity)을 갖춰야 하는 건축은 단연코 근린생활시설이다. 우리가 흔히 근생이라 부르는 이 건축은 우리가 집 다음으로, 어쩌면 집보다 더 자주 접하고 이용하고 머무는 곳일지 모른다. 근생의 태생이 이러할진데, 선진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의 자영업 종사자를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의 근생은 특별하다 못해 까다롭고 치열하게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서울 자양동 건국대학교 인근 속칭 ‘로데오거리’ 코너에 위치한 이 근생건물 역시 그러했다. 각 점포가 저마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행인들을 향해 치열하게 손내밀고 있었고, 건축물은 하나의 플랫폼이기 이전에 각 점포의 입점 주소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무질서하게 설치된 간판과 시시때때 덧입혀진 외벽으로 정체성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질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모두의 공간이란 결국 그 누구의 것도 아님의 다른 표현이기에 그러할까. 유일한 숨통인 계단실은 최상층을 불법 개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변형되어 있었고, 임차인이 임의로 설치한 외부 화장실에서는 악취가 돌았다. 건축가의 눈엔 단번에 범상치 않음을 직감했던 뒷마당과 층층 이어내는 외부계단은 화재로 그을려 있었고 그마저도 각종 무단 적치물들로 존재조차 알기 어려웠다. 쓱 둘러보아도 이러했으니, 속살을 벗겨보았을 때의 각종 건축적, 구조적 문제점들의 심각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건축주는 이러한 상태의 건축물을 매입해 운용하던 중, 변화를 꿈꾼다. 로데오거리의 중요한 입지에 위치한 건축물인 만큼, 이곳에 이 건축이 본래 자리잡은 방식은 이어가되 개별 점포들의 간판경쟁이 아닌 건축물 자체가 이 거리의 시그니처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물었다. 건축물 전체를 규정하는 디자인 요소부터 아주 사소한 간판과 조명까지도 수미일관하게 정리된 존재이길 원했다. 그러한 디자인의 힘이 결국은 사람들을 불러모으게 되고, 이는 근생이 가져야 할 공지성(publicity)이란 덕목을 결국엔 가장 효율적이고 힘있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건축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답했다. 우선 가장 큰 건축적 표현인 외벽의 개선은, 파편적으로 간판의 장이 되어버린 근생의 이미지를 하나로 통일할 수 있는 수직요소를 도입해 알루미늄 루버와 유리, 그리고 폴리카보네이트를 모듈화 해 새로 입혔다. 이를 통해 행태적으로는 건축물 내부의 행위가 다양한 방식으로 투과되고 소통될 수 있게 했고, 기술적으로는 건축물의 기존 창호와 단열부를 유지해 성능은 확보하면서 외적으로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게 했다. 특히 금속재의 취부에 있어 설계단계에서는 모듈화 된 루버패널을 면으로 매달아 설치하는 것을 고려하였으나, 기존건축물의 구조안전진단 결과 중층부 외벽이 연와조로서 수직 전단하중을 받아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각각의 루버를 철근콘크리트 구조체였던 지붕층 슬래브와 파라펫에 정착해 하부로 내려보내 고정하는 것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더불어 최상층인 3층은 가장 적극적으로 보강하고 헐어낸 공간인데, 코너부를 외부화 해 이 거리를 밝힐 등대이자 근생으로서의 인지성을 높일 수 있게끔 재구조화 했다.
무엇보다 누구의 것도 아니었기에 황폐화 되어버렸던 뒷마당 공간의 재발견은 이번 리모델링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도로와 접한 부분으로 건축물이 배치되며 자연스럽게 남겨진 이 공간은 온갖 적치물과 불법증축공간, 화재의 흔적 등으로 발디딜 틈도 마음둘 곳도 없는 공간으로 버려져 있었는데, 사실 그 속엔 마당부터 각 층의 뒷 발코니를 한층 한층 이어 결국 루프탑에 도달케 하는 좋은 동선이 자리하고 있었다. 합리성에 기반한 최근의 신축건축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수직동선이었는데, 하나의 언어로 단순한 질서가 부여된 외부와 달리 입체적인 발코니의 볼륨과 이를 꿰어 내는 연속적인 흐름을 가진 뒷공간은 반드시 되살려야 하는 이 건축물의 중요한 가치였다. 역시나, 우리는 이 궤적과 마당을 복원하고 단지 난간과 마감만을 바꾸어 주었을 뿐인데 이미 이 공간은 건축주에게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자 임차인과 이용객에게도 훌륭한 서비스공간이자 휴식공간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리모델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곤 한다. 새로 지어내는 것에 버금가는 비용과 수고가 수반됨에도, 건축물의 전반적인 수명을 온전히 연장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성공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수많은 인파가 오가며 저마다의 기억을 심는 번화가의 교차로, 수십년간 서 있던 건축의 형태와 공간구조는 보존한 채, 근생이기에 무심히 묻혀있던 이 건축의 많은 장점들을 다시 사회에 접속시켜 냈기에 그러하다. 존재의 자리는 유지하되 다양한 새 접점을 발견해 내는 것, 리모델링만이 가지는 매력이지 않을까.
Architect : H2L
Design Team : Soyeon Jung
Location : Gwangjin-gu, Seoul, Korea
Client : Private
Construction : Client
Photography : Namsun Lee
Project : 2020.08 - 2021.02
Built : 2021.09
Type : Neighborhood Facility (Remodeling)
Site Area : 337.50㎡
Site Coverage Area : 200.30㎡
Total Floor Area : 671.12㎡
Building Scope : 3F
Structure : RC includes Structural Strength
Finish : Steel Louver, Polycarbonated P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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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730 | 자양동 근린생활시설 리모델링
2022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우수상 수상작
공공성(publicness)을 담보해야 하는 건축이 공공건축물이라면, 공지성(publicity)을 갖춰야 하는 건축은 단연코 근린생활시설이다. 우리가 흔히 근생이라 부르는 이 건축은 우리가 집 다음으로, 어쩌면 집보다 더 자주 접하고 이용하고 머무는 곳일지 모른다. 근생의 태생이 이러할진데, 선진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의 자영업 종사자를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의 근생은 특별하다 못해 까다롭고 치열하게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서울 자양동 건국대학교 인근 속칭 ‘로데오거리’ 코너에 위치한 이 근생건물 역시 그러했다. 각 점포가 저마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행인들을 향해 치열하게 손내밀고 있었고, 건축물은 하나의 플랫폼이기 이전에 각 점포의 입점 주소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무질서하게 설치된 간판과 시시때때 덧입혀진 외벽으로 정체성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질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모두의 공간이란 결국 그 누구의 것도 아님의 다른 표현이기에 그러할까. 유일한 숨통인 계단실은 최상층을 불법 개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변형되어 있었고, 임차인이 임의로 설치한 외부 화장실에서는 악취가 돌았다. 건축가의 눈엔 단번에 범상치 않음을 직감했던 뒷마당과 층층 이어내는 외부계단은 화재로 그을려 있었고 그마저도 각종 무단 적치물들로 존재조차 알기 어려웠다. 쓱 둘러보아도 이러했으니, 속살을 벗겨보았을 때의 각종 건축적, 구조적 문제점들의 심각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건축주는 이러한 상태의 건축물을 매입해 운용하던 중, 변화를 꿈꾼다. 로데오거리의 중요한 입지에 위치한 건축물인 만큼, 이곳에 이 건축이 본래 자리잡은 방식은 이어가되 개별 점포들의 간판경쟁이 아닌 건축물 자체가 이 거리의 시그니처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물었다. 건축물 전체를 규정하는 디자인 요소부터 아주 사소한 간판과 조명까지도 수미일관하게 정리된 존재이길 원했다. 그러한 디자인의 힘이 결국은 사람들을 불러모으게 되고, 이는 근생이 가져야 할 공지성(publicity)이란 덕목을 결국엔 가장 효율적이고 힘있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건축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답했다. 우선 가장 큰 건축적 표현인 외벽의 개선은, 파편적으로 간판의 장이 되어버린 근생의 이미지를 하나로 통일할 수 있는 수직요소를 도입해 알루미늄 루버와 유리, 그리고 폴리카보네이트를 모듈화 해 새로 입혔다. 이를 통해 행태적으로는 건축물 내부의 행위가 다양한 방식으로 투과되고 소통될 수 있게 했고, 기술적으로는 건축물의 기존 창호와 단열부를 유지해 성능은 확보하면서 외적으로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게 했다. 특히 금속재의 취부에 있어 설계단계에서는 모듈화 된 루버패널을 면으로 매달아 설치하는 것을 고려하였으나, 기존건축물의 구조안전진단 결과 중층부 외벽이 연와조로서 수직 전단하중을 받아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각각의 루버를 철근콘크리트 구조체였던 지붕층 슬래브와 파라펫에 정착해 하부로 내려보내 고정하는 것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더불어 최상층인 3층은 가장 적극적으로 보강하고 헐어낸 공간인데, 코너부를 외부화 해 이 거리를 밝힐 등대이자 근생으로서의 인지성을 높일 수 있게끔 재구조화 했다.
무엇보다 누구의 것도 아니었기에 황폐화 되어버렸던 뒷마당 공간의 재발견은 이번 리모델링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도로와 접한 부분으로 건축물이 배치되며 자연스럽게 남겨진 이 공간은 온갖 적치물과 불법증축공간, 화재의 흔적 등으로 발디딜 틈도 마음둘 곳도 없는 공간으로 버려져 있었는데, 사실 그 속엔 마당부터 각 층의 뒷 발코니를 한층 한층 이어 결국 루프탑에 도달케 하는 좋은 동선이 자리하고 있었다. 합리성에 기반한 최근의 신축건축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수직동선이었는데, 하나의 언어로 단순한 질서가 부여된 외부와 달리 입체적인 발코니의 볼륨과 이를 꿰어 내는 연속적인 흐름을 가진 뒷공간은 반드시 되살려야 하는 이 건축물의 중요한 가치였다. 역시나, 우리는 이 궤적과 마당을 복원하고 단지 난간과 마감만을 바꾸어 주었을 뿐인데 이미 이 공간은 건축주에게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자 임차인과 이용객에게도 훌륭한 서비스공간이자 휴식공간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리모델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곤 한다. 새로 지어내는 것에 버금가는 비용과 수고가 수반됨에도, 건축물의 전반적인 수명을 온전히 연장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성공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수많은 인파가 오가며 저마다의 기억을 심는 번화가의 교차로, 수십년간 서 있던 건축의 형태와 공간구조는 보존한 채, 근생이기에 무심히 묻혀있던 이 건축의 많은 장점들을 다시 사회에 접속시켜 냈기에 그러하다. 존재의 자리는 유지하되 다양한 새 접점을 발견해 내는 것, 리모델링만이 가지는 매력이지 않을까.
Architect : H2L
Design Team : Soyeon Jung
Location : Gwangjin-gu, Seoul, Korea
Client : Private
Construction : Client
Photography : Namsun Lee
Project : 2020.08 - 2021.02
Built : 2021.09
Type : Neighborhood Facility (Remodeling)
Site Area : 337.50㎡
Site Coverage Area : 200.30㎡
Total Floor Area : 671.12㎡
Building Scope : 3F
Structure : RC includes Structural Strength
Finish : Steel Louver, Polycarbonated Pa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