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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gsung Kim
비움의 집 | The House of Clarity / 서초동 근린생활시설 리모델
2025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특선 수상작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대하는 건축가의 태도는 기존건축물과 그 주변의 건축, 도시적 요소들이 존재해 온 방식을 이해하고 그에 순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위의 상황에 비해 전반적인 부족이 발견되고 이를 보완할 힘이 필요하다면, 면적을 더해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내외부의 디자인 보완을 통해 시각적 영향력을 높이는 등 ‘덧붙이고’ ‘채우는’ 방식의 리모델링이 요구된다. 하지만 주변도, 대상 건축물도 이미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고 잔뜩 덧붙어 있다면, ‘덜어내고’ ‘비워내는’ 리모델링을 통해 답답한 거리에 숨통을 틔고 가려진 건축의 여백과 투명성을 드러내 볼 만 할 것이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기존 건축물을 처음 만나며, 건축보다 그것이 위치한 거리를 먼저 살펴보았다. 비슷한 재료와 형태를 입은 근린생활시설들이 무표정하게 나열된 골목, 서로 다닥다닥 붙어 뒷 동네와는 바람 통할 틈조차 없어 보이는 욕심 가득한 이면도로의 전형이었고, 우리가 수선해야 하는 건축물 역시 다르지 않았다. 길목 끝에서 바라보면 옹벽과 간판으로 만들어진 ‘도시의 병풍’을 보는 느낌이랄까. 건축가에겐 ‘덜어내고’ ‘비워내는’ 정리가 필요함을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답답한 입면을 비워내 도시의 보이드와 건축의 투명성을, 간판과 시트지로 가려진 저층부를 비워내 거리의 여유와 건축적 환대를, 내부공간과 불합리한 동선을 비워내 건축의 기능과 효율을 확보하면서도 녹록치 않은 도심지 리모델링의 여러 숙제들을 함께 풀어내는 쉽지 않은 도전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입면 비우기
동일선상에 놓인 건축물 대부분이 화강석 혹은 미색 타일 등의 면재로 마감되고 최소한의 기능적 역할만 고민된 듯 한 개구부들이 비슷한 위치에 놓여 있어 부정적 통일감을 주는 회색풍경. 그 중 한 칸의 필지를 수선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가장 먼저 시도해 본 것은 답답한 무채색의 거리에 여백을 주는 ‘입면 비워내기’였다. 이 거리를 채우고 있는 거대한 보편성의 틈에 존재하는 우리의 한 면(面)이 거리의 답답함을 완화할 보이드가 되기를 기대하며 기존 파사드 전체를 철거하고 최대한 투명한 파사드로 재구성하는 대담한 대안을 제안했다. 다만, 이는 단순히 거리의 공적 입장을 고려한 개념적인 제안은 아니었으며, 주변 건축물들 사이 눈길을 사로잡고 내외부 소통 가능성을 확장하는 근린생활시설로서의 경쟁력 또한 고려한 접근이었다.



콘크리트 옹벽에 반복되는 창호, 적벽돌 타일로 마감되어 있던 기존 파사드는 전면 철거하고 세장한 리듬의 커튼월로 대체했다. 구조보강을 통해 내부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입면의 옹벽을 섬세하게 철거하여 커튼월을 설치할 수 있는 기본조건을 갖추고, 전면 교체한 수직동선 계단부와 전용공간부로 이분해 백색의 금속 패널로 큰 면을 나누어 주었다. 투명성과 깊이감을 극대화 할 수 있게끔 세장한 비례를 가지는 커튼월의 낱장 형태와 면나눔, 줄눈의 타입과 유리의 색까지 신중하게 고려하여 적용하였다. 또한 기존 건축물에서 도로사선을 적용받아 후퇴한 고층부는 소폭 증축해 입면이 바로 설 수 있게 하면서 옥상부는 상승감과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는 프레임 난간으로 디자인 해 전체적인 정면성 인상 개선과 함께 옥상공간의 활용성 및 개방감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입면 비우기’를 통해 주 전용공간은 물론 계단실과 옥상공간까지도 모두 투명하고 밝게 재편됨으로써 전반적인 인상 개선 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열린 공간감과 근린생활시설로서의 외부 소통 가능성까지 얻을 수 있었다.




ⓒ Namsun Lee
저층 비우기
입면 비우기의 전략 중, 가장 중요한 시도는 ‘저층 비우기’ 였다. 거리는 도시 보행자들의 것이기에, 근린생활시설로서의 경쟁력은 저층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분식집의 시트지, 방치된 필로티 주차장, 노후한 화강석 장식들로 황폐해져 있던 저층부는 전체적인 디자인 언어에 맞게 정리하면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비워냄으로서 밝음과 투명함, 즉 환대와 열림의 저층부로 바꾸기 위한 비움의 작업들이 시도되었다. 우선 기존 묵직한 석재와 어지러운 홍보물들로 뒤덮여 거리를 횡보하는 이들의 외면이 지속되던 저층의 ‘시선 침투’ 가능성을 꾀하였다. 상부에서 연장되어 내려오는 밝은 외장재를 받아 형성되는 인상적인 캐노피로 진출입 사용성을 높이고 저층부에서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건축적 요소를 보완하였다. 필로티 주차장은 후면 벽을 정리해 거리에서의 시선이 지하 부출입구가 있는 후정까지 닿을 수 있게 하였고, 기존 방치되었던 후면은 불법 요소를 철거하고 조경공간으로 되살려 전면도로에서의 시선이 기분좋게 깊숙이 들어올 수 있게 하였다.
또한 경쟁력이 약한 지하층의 접근성을 높여 임대가능성 및 활용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1층 슬래브 일부를 과감히 오픈하였다. 1층의 면적은 임대를 위한 근린생활시설에서 최우선되는 요소지만, 건물 전체에서 가장 넓은 단위면적을 가지는 지하층의 방치를 상쇄하면서도 1층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과감한 선택을 한 셈이다. 이용객은 1층 임대공간으로 접근함과 동시에 밝게 열린 지하를 발견하고 1층과 통합된 공간감을 느끼면 지하를 향해 갈 수 있다. 이러한 파격적 선택을 통해 지하는 더 이상 지하가 아닌, 1층과 함께 공존하며 공간감, 채광, 환기, 후정을 향한 동선을 모두 확보한 개성있는 저층공간으로 재구성되며 근린생활시설의 지하층으로서의 단점을 말끔히 비워냈다.





공간 비우기
입면, 저층이 밝고 환대하는 인상으로의 개선을 위한 수선이었다면, 그 이면 다양한 공간 비움들을 통해 사용성과 기능성을 확보하는 수선 또한 병행되었다. 근린생활시설 리모델링에서 가장 실증적인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동선인데, 바로 계단의 정리와 승강기의 삽입이다. 대부분의 옛 근린생활시설들은 승강기가 고려되지 않은 계단실 공간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계단 진행방향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합리적인 승강기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계단실을 전면 철거하고, 계단 전개 방식을 180도 반전시켜 제작 철골계단을 설치함과 함께 기존 계단실의 참에 설치되어 있던 공용화장실 공간을 승강로로 재구성함으로써 합리적으로 일체화된 계단 및 승강기 수직동선을 확보하였다. 그 과정에서 제작계단은 챌판 없이 디딤판만으로 디자인해 밝은 계단실을 위한 빛투과를 고려하였으며, 엘리베이터에 자리를 내어 준 화장실은 자투리 수평증축을 통해 각 임대공간의 전용공간 속으로 들여 사용성을 높여 주었다.



입면, 저층, 공간 비우기 외에도 건축의 수명을 늘리고 성공적인 프로젝트 완성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물리적 비우기 뿐 아니라 건축가와 건축주의 마음을 비워야만 가능했던 선택들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했던 선택은 예산과 현장여건으로 인한 설계 및 공사범위의 선택이었다. 기존 건축물은 양 측면의 이웃 건물들이 매우 가까이 존재하고 있어 양 측벽의 관찰이 쉽지 않을 정도였고, 작업공간은 더더욱 확보하기 어려웠다. 전면의 파사드가 세 가지 키워드의 ‘비움’을 수용하며 개선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이 건축물 전체로 이어지며 통일된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나, 작업의 효율성과 완공 후 역할적 효용성 모두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측벽은 존치하며 전면의 개선에 집중하는 것으로 결정 되었다. 건축물 전체를 하나의 언어로 개선하고 싶은 건축가의 욕심, 쉽지 않은 수선의 기회를 십분 활용하고 싶을 건축주의 욕심도 조금씩 비워 내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합리적인 수선이 이루어졌다.
이에 주 도로에서 마주하는 전면은 기존과 개념적, 환경적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적극적 개선, 이웃에서 관찰되는 후면은 수평증축 및 난간, 창호, 화장실 등 안전과 기능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극적 개선, 접근이 어려운 양 측벽은 존치하는 방향으로 계획되었다. 다만 주 도로에서 관찰되는 시야각을 고려해 섬세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였고, 측벽의 일부를 최대한 전면과 통일감 있게 정리함으로서 전체적인 이미지 개선의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양 측면 이웃건물과의 협소한 사잇공간에서 치열하게 이루어진 작업의 결과다.




리모델링은 깜짝 놀랄만한 전, 후의 변신의 장면 이전에, 사용성과 기능성을 섬세하게 살핀 건축의 수명 연장, 대지안의 공지와 옥상공간 등 외면받던 공간의 발굴과 개선, 디자인과 일체되는 구조보강계획을 통한 안전성의 확보, 기존건축물에 순응하는 공간 재구성 등 노후건축물의 다음 시대를 위한 기본 덕목들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비움의 집은, 이러한 기본요소에 충실하면서도 답답한 거리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환대의 제스처를 통해 저층부의 무심함을 비워내고, 동선의 불합리성을 덜어내 도심속 노후 근린생활시설의 금의환향을 이끌어 낸 의미있는 프로젝트로 기억될 것이다.




Architect : H2L
Design Team :Eunbi Kim, Junghyeon Pyo
Location : Seocho-dong, Seocho-gu, Seoul
Client : Private
Construction :PS Engineering
Photography : Namsun Lee, Yongsung Kim
Project : 2023.10 - 2024.02
Built : 2024.05 - 2025.04
Type : Neighborhood Facility
Site Area : 169.20㎡
Site Coverage Area : 93.48㎡
Total Floor Area : 537.23㎡
Building Scope : B1F,5F
Structure : RC + SS Strengthen
Finish : Curtain Wall, Al P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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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gsung Kim
비움의 집 | The House of Clarity / 서초동 근린생활시설 리모델
2025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특선 수상작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대하는 건축가의 태도는 기존건축물과 그 주변의 건축, 도시적 요소들이 존재해 온 방식을 이해하고 그에 순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위의 상황에 비해 전반적인 부족이 발견되고 이를 보완할 힘이 필요하다면, 면적을 더해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내외부의 디자인 보완을 통해 시각적 영향력을 높이는 등 ‘덧붙이고’ ‘채우는’ 방식의 리모델링이 요구된다. 하지만 주변도, 대상 건축물도 이미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고 잔뜩 덧붙어 있다면, ‘덜어내고’ ‘비워내는’ 리모델링을 통해 답답한 거리에 숨통을 틔고 가려진 건축의 여백과 투명성을 드러내 볼 만 할 것이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기존 건축물을 처음 만나며, 건축보다 그것이 위치한 거리를 먼저 살펴보았다. 비슷한 재료와 형태를 입은 근린생활시설들이 무표정하게 나열된 골목, 서로 다닥다닥 붙어 뒷 동네와는 바람 통할 틈조차 없어 보이는 욕심 가득한 이면도로의 전형이었고, 우리가 수선해야 하는 건축물 역시 다르지 않았다. 길목 끝에서 바라보면 옹벽과 간판으로 만들어진 ‘도시의 병풍’을 보는 느낌이랄까. 건축가에겐 ‘덜어내고’ ‘비워내는’ 정리가 필요함을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답답한 입면을 비워내 도시의 보이드와 건축의 투명성을, 간판과 시트지로 가려진 저층부를 비워내 거리의 여유와 건축적 환대를, 내부공간과 불합리한 동선을 비워내 건축의 기능과 효율을 확보하면서도 녹록치 않은 도심지 리모델링의 여러 숙제들을 함께 풀어내는 쉽지 않은 도전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입면 비우기
동일선상에 놓인 건축물 대부분이 화강석 혹은 미색 타일 등의 면재로 마감되고 최소한의 기능적 역할만 고민된 듯 한 개구부들이 비슷한 위치에 놓여 있어 부정적 통일감을 주는 회색풍경. 그 중 한 칸의 필지를 수선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가장 먼저 시도해 본 것은 답답한 무채색의 거리에 여백을 주는 ‘입면 비워내기’였다. 이 거리를 채우고 있는 거대한 보편성의 틈에 존재하는 우리의 한 면(面)이 거리의 답답함을 완화할 보이드가 되기를 기대하며 기존 파사드 전체를 철거하고 최대한 투명한 파사드로 재구성하는 대담한 대안을 제안했다. 다만, 이는 단순히 거리의 공적 입장을 고려한 개념적인 제안은 아니었으며, 주변 건축물들 사이 눈길을 사로잡고 내외부 소통 가능성을 확장하는 근린생활시설로서의 경쟁력 또한 고려한 접근이었다.
콘크리트 옹벽에 반복되는 창호, 적벽돌 타일로 마감되어 있던 기존 파사드는 전면 철거하고 세장한 리듬의 커튼월로 대체했다. 구조보강을 통해 내부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입면의 옹벽을 섬세하게 철거하여 커튼월을 설치할 수 있는 기본조건을 갖추고, 전면 교체한 수직동선 계단부와 전용공간부로 이분해 백색의 금속 패널로 큰 면을 나누어 주었다. 투명성과 깊이감을 극대화 할 수 있게끔 세장한 비례를 가지는 커튼월의 낱장 형태와 면나눔, 줄눈의 타입과 유리의 색까지 신중하게 고려하여 적용하였다. 또한 기존 건축물에서 도로사선을 적용받아 후퇴한 고층부는 소폭 증축해 입면이 바로 설 수 있게 하면서 옥상부는 상승감과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는 프레임 난간으로 디자인 해 전체적인 정면성 인상 개선과 함께 옥상공간의 활용성 및 개방감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입면 비우기’를 통해 주 전용공간은 물론 계단실과 옥상공간까지도 모두 투명하고 밝게 재편됨으로써 전반적인 인상 개선 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열린 공간감과 근린생활시설로서의 외부 소통 가능성까지 얻을 수 있었다.
ⓒ Namsun Lee
저층 비우기
입면 비우기의 전략 중, 가장 중요한 시도는 ‘저층 비우기’ 였다. 거리는 도시 보행자들의 것이기에, 근린생활시설로서의 경쟁력은 저층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분식집의 시트지, 방치된 필로티 주차장, 노후한 화강석 장식들로 황폐해져 있던 저층부는 전체적인 디자인 언어에 맞게 정리하면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비워냄으로서 밝음과 투명함, 즉 환대와 열림의 저층부로 바꾸기 위한 비움의 작업들이 시도되었다. 우선 기존 묵직한 석재와 어지러운 홍보물들로 뒤덮여 거리를 횡보하는 이들의 외면이 지속되던 저층의 ‘시선 침투’ 가능성을 꾀하였다. 상부에서 연장되어 내려오는 밝은 외장재를 받아 형성되는 인상적인 캐노피로 진출입 사용성을 높이고 저층부에서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건축적 요소를 보완하였다. 필로티 주차장은 후면 벽을 정리해 거리에서의 시선이 지하 부출입구가 있는 후정까지 닿을 수 있게 하였고, 기존 방치되었던 후면은 불법 요소를 철거하고 조경공간으로 되살려 전면도로에서의 시선이 기분좋게 깊숙이 들어올 수 있게 하였다.
또한 경쟁력이 약한 지하층의 접근성을 높여 임대가능성 및 활용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1층 슬래브 일부를 과감히 오픈하였다. 1층의 면적은 임대를 위한 근린생활시설에서 최우선되는 요소지만, 건물 전체에서 가장 넓은 단위면적을 가지는 지하층의 방치를 상쇄하면서도 1층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과감한 선택을 한 셈이다. 이용객은 1층 임대공간으로 접근함과 동시에 밝게 열린 지하를 발견하고 1층과 통합된 공간감을 느끼면 지하를 향해 갈 수 있다. 이러한 파격적 선택을 통해 지하는 더 이상 지하가 아닌, 1층과 함께 공존하며 공간감, 채광, 환기, 후정을 향한 동선을 모두 확보한 개성있는 저층공간으로 재구성되며 근린생활시설의 지하층으로서의 단점을 말끔히 비워냈다.
공간 비우기
입면, 저층이 밝고 환대하는 인상으로의 개선을 위한 수선이었다면, 그 이면 다양한 공간 비움들을 통해 사용성과 기능성을 확보하는 수선 또한 병행되었다. 근린생활시설 리모델링에서 가장 실증적인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동선인데, 바로 계단의 정리와 승강기의 삽입이다. 대부분의 옛 근린생활시설들은 승강기가 고려되지 않은 계단실 공간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계단 진행방향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합리적인 승강기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계단실을 전면 철거하고, 계단 전개 방식을 180도 반전시켜 제작 철골계단을 설치함과 함께 기존 계단실의 참에 설치되어 있던 공용화장실 공간을 승강로로 재구성함으로써 합리적으로 일체화된 계단 및 승강기 수직동선을 확보하였다. 그 과정에서 제작계단은 챌판 없이 디딤판만으로 디자인해 밝은 계단실을 위한 빛투과를 고려하였으며, 엘리베이터에 자리를 내어 준 화장실은 자투리 수평증축을 통해 각 임대공간의 전용공간 속으로 들여 사용성을 높여 주었다.
입면, 저층, 공간 비우기 외에도 건축의 수명을 늘리고 성공적인 프로젝트 완성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물리적 비우기 뿐 아니라 건축가와 건축주의 마음을 비워야만 가능했던 선택들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했던 선택은 예산과 현장여건으로 인한 설계 및 공사범위의 선택이었다. 기존 건축물은 양 측면의 이웃 건물들이 매우 가까이 존재하고 있어 양 측벽의 관찰이 쉽지 않을 정도였고, 작업공간은 더더욱 확보하기 어려웠다. 전면의 파사드가 세 가지 키워드의 ‘비움’을 수용하며 개선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이 건축물 전체로 이어지며 통일된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나, 작업의 효율성과 완공 후 역할적 효용성 모두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측벽은 존치하며 전면의 개선에 집중하는 것으로 결정 되었다. 건축물 전체를 하나의 언어로 개선하고 싶은 건축가의 욕심, 쉽지 않은 수선의 기회를 십분 활용하고 싶을 건축주의 욕심도 조금씩 비워 내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합리적인 수선이 이루어졌다.
이에 주 도로에서 마주하는 전면은 기존과 개념적, 환경적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적극적 개선, 이웃에서 관찰되는 후면은 수평증축 및 난간, 창호, 화장실 등 안전과 기능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극적 개선, 접근이 어려운 양 측벽은 존치하는 방향으로 계획되었다. 다만 주 도로에서 관찰되는 시야각을 고려해 섬세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였고, 측벽의 일부를 최대한 전면과 통일감 있게 정리함으로서 전체적인 이미지 개선의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양 측면 이웃건물과의 협소한 사잇공간에서 치열하게 이루어진 작업의 결과다.
리모델링은 깜짝 놀랄만한 전, 후의 변신의 장면 이전에, 사용성과 기능성을 섬세하게 살핀 건축의 수명 연장, 대지안의 공지와 옥상공간 등 외면받던 공간의 발굴과 개선, 디자인과 일체되는 구조보강계획을 통한 안전성의 확보, 기존건축물에 순응하는 공간 재구성 등 노후건축물의 다음 시대를 위한 기본 덕목들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비움의 집은, 이러한 기본요소에 충실하면서도 답답한 거리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환대의 제스처를 통해 저층부의 무심함을 비워내고, 동선의 불합리성을 덜어내 도심속 노후 근린생활시설의 금의환향을 이끌어 낸 의미있는 프로젝트로 기억될 것이다.
Architect : H2L
Design Team :Eunbi Kim, Junghyeon Pyo
Location : Seocho-dong, Seocho-gu, Seoul
Client : Private
Construction :PS Engineering
Photography : Namsun Lee, Yongsung Kim
Project : 2023.10 - 2024.02
Built : 2024.05 - 2025.04
Type : Neighborhood Facility
Site Area : 169.20㎡
Site Coverage Area : 93.48㎡
Total Floor Area : 537.23㎡
Building Scope : B1F,5F
Structure : RC + SS Strengthen
Finish : Curtain Wall, Al Pa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