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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sun Lee
버티컬 어반 | Vertical Urban
조연과 주연
주변과 조용한 대비를 이루는 이 근린생활시설 프로젝트는 경기도 성남시의 구도심과 재개발지역의 경계부를 형성하는 상업지역 한켠에 자리한다. 성남시 형성의 원형이 되었던 광주대단지 사건, 서울의 철거촌 주민들을 강제 이주 시키기 위해 성남시(당시 광주시의 일부) 구릉지에 조성한 대규모 집단주택지로 20여평 내외의 소형필지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는 이곳은 산업화 초기 마구잡이로 계획된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진 우리 현대 도시사의 아픈 증인이다. 그래서일까, 프로젝트 사이트 일대는 도시의 과거를 부정하는 도시정비사업이 한창이었고 이미 성공적으로(?) 그 자취를 지워낸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묘한 곳이었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의 부정적 공존,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상업가로를 채우고 있는 무심한 풍경들, 천편일률적인 도로변 상가들, 끊임없이 들려오는 재개발 공사 소음이 전하는 불안정함, 그 앞에 한없이 연약한 존재로 전락한 주택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프로젝트의 ‘환경’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건축이 늘 도시의 조연이길 바라 왔다. 우리의 프로젝트가 주변의 여러 풍경을 참조해 만들어 진 충실한 조연 중 하나가 되고, 뒤이은 미래에 우리의 프로젝트가 또 다른 어떤 건축의 참조점이 되어 가는 과정들이 켜켜이 쌓인 도시를 꿈꾼다. 그래서 빈틈없이 재미있지만 잔잔하게 유지되는 서사에서, 우리가 일하는 순간 순간이 극을 빛내는 훌륭한 조연을 빚어내는 과정이란 믿음으로 작업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마주한 환경, 즉 존재가 부정되는 배후도시와 건축, 자기복제된 양 옆 이웃건축물, 쉴새없이 지어지는 장소성 상실의 아파트단지들은 참조가 불가능한 대상으로 이해되었다. 주변의 맥을 따르고, 뉘앙스를 엿보고, 재료를 모방하고, 스케일을 이식하는 등 우리가 즐겨 작업하던 방식을 통해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던 것. 결국 스스로의 방식과 모습으로 존재하는 주연을 설계해 내게 되었고 오히려 주변과는 배치되는 건축적 언어들, 볼륨을 덜고, 내부를 투영하고, 빛을 비추며 받아들여 스스로 빛나는 개별자를 만들어 내는 나름의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건축과 도시의 접점
주연을 탄생시키기로 한 이 대지에는 사실 오래된 주연배우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양 옆 상가건물처럼 80년대에 유행했던 벽타일로 마감된 낡은 모텔이었는데, 이웃 건물들보다 안쪽으로 한 켜 물러나 앉아 제법 재미있는 계단식 볼륨과 근사한 진입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이 건물이 수명을 다했다고 판단한 클라이언트는 부모와 함께 두 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포함한 임대용 상가를 기획하고 건축가를 찾았다. 상업지역에 기준하는 계획 가능면적은 작지 않았으나, 저층을 충분히 활용하던 옛 건축물의 소유자 입장에서는 건축물 연면적 확보의 전제인 저층부 주차장 할애라는 기회비용이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물론 그 부분은 건축가 역시 충분히 앞서 짐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했다. 결국 이는 곧 우리가 건축물이 도시와 만나는 경계부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현명하게 기획해 클라이언트와 건축가, 거주자와 이용자 모두가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함을 의미했다.
지하를 개발해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방법은 이 프로젝트에서는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다. 예산의 한계 뿐 아니라 양 옆 건축물의 노후도와 단차있는 후면 등 부지 주변의 물리적 환경은 지하층 개발의 여러 장애요소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건축가는 지하 개발은 피하면서도 도시의 상업가로가 가지는 풍경은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우리 프로젝트에 직접적으로 진입해 상가를 이용하는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도시를 구성하는 저층부의 입면이 도시를 경럼하는 과정 틈새이수 포착되며 형성되는 ‘도시걷기’의 리듬만큼은 깨고 싶지 않았다. 이를 위해 그라운드 레벨 전체가 필로티 주차장이 되는 방향은 지양하려 했고, 건축을 반층 주저앉혀 ‘반지하 주차장’을 자주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풀어내고 차량 진출입구를 과감하게 중앙부로 배치해 차량동선이 자연스럽게 1층의 상점 출입부와 상층부 진출입구를 분리하게 했다. 나아가 차량이 반층 하강하는 과정에서 1.5층으로 확장된 1층 상가 내부의 행태가 운전자에게 포착되게끔 계획했고, 반층 들어올린 1.5층은 보도와 접한 1층과 분리하지 않고 복층형 공간으로 통합해 재미있는 공간감을 구현했다. 저층의 임대단위를 늘리려 공간을 여러개로 분할하는 상업적 셈을 내려놓은 결과는, 높은 층고의 매력적인 도입부와 흥미로운 내부공간의 공간경험이 가능한 훌륭한 1층 상가로 되돌아왔다.
면 나누기, 공간 나누기
다양한 고민을 통해 도시와 접점을 맺은 건축은 그 상층부에 임대를 위한 상가와 두 가족을 위한 주택을 수용한다. 주 외장재료는 폴리카보네이티드 패널과 고성능 유리, 그리고 금속패널이며 이는 슬래브에 빠르게 정착시켜 공기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성은 물론 건축의 입면을 균질한 단위로 나누고 투영, 반투영, 불투영의 농담을 조절해 내부공간의 노출과 가림이 적절히 혼재되게끔 하는 디자인 핵심 언어가 되어주었다. 이러한 단위재 사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수직의 면 분할 패턴은 건축의 저층부터 고층까지 일관되게 관통하는데, 수직으로 연속되되 수평으로 병치되는 패턴은 수직으로 선 건축공간을 수평으로 경험하게 되는 근린생활시설의 이용 행태, 그 리듬감과 닮았다.
공간은 근린생활시설의 태생이 그러하듯 전용부와 공용부로 이분되지만, 공용부 면적을 일부 할애해 전용부로의 진입공간을 늘어뜨려 전이공간을 구성하였다. 방문객이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통해 각 층의 진입부에 랜딩되었을 때, 도로 건너편의 공원예정지를 발견하며 도시를 맞이할 수 있게끔 홀을 정면부로 틀어 계획한 것이다. 전용률의 확보를 위해 공용부를 최소화 해 전용부에 최단거리로 도달하게 할 수 있었음에도, 프로젝트의 입지라는 고유한 성격을 고려해 시각과 움직임의 전이단계를 삽입해 도시를 색다르게 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 노력했던 결과다. 또한 이러한 공용공간은 외관의 간결함과 대비되는 묵직한 질감으로 표현했는데, 노출콘크리트와 테라조타일, 단색의 평철난간 등 담담하고 차가운 마감재를 선정해 내부공간에 날것으로 노출되는 외장재의 존재를 더 극적으로 마주하고 이해하게끔 했다. 그리고 최상층부 주택은 용적률을 고려해 볼륨을 비워내되, 건물 전체의 수직적 상승감을 연장하기 위해 구조프레임을 살려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위요감을 확보했다. 내부는 두 가족의 생활패턴에 맞게 면적을 분배하였고, 그 과정에서 테트리스 블록이 엮이듯 독특한 조합을 갖게 되었다.
Architect : H2L
Design Team : Changyul Lee, Jihyun Park
Location : Sujung-gu, Sungnam-si, Gyeonggi-do, Korea
Client : Private
Construction : Lawoo Construction
Photography : Namsun Lee
Project : 2020.01 - 2021.01
Built : 2022
Type : Neighborhood Facility, Private House
Site Area : 352.40㎡
Site Coverage Area : 202.33㎡
Total Floor Area : 1,225.94㎡
Building Scope : 8F
Structure : RC
Finish : Polycarbonated Panel, Steel Panel, G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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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sun Lee
버티컬 어반 | Vertical Urban
조연과 주연
주변과 조용한 대비를 이루는 이 근린생활시설 프로젝트는 경기도 성남시의 구도심과 재개발지역의 경계부를 형성하는 상업지역 한켠에 자리한다. 성남시 형성의 원형이 되었던 광주대단지 사건, 서울의 철거촌 주민들을 강제 이주 시키기 위해 성남시(당시 광주시의 일부) 구릉지에 조성한 대규모 집단주택지로 20여평 내외의 소형필지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는 이곳은 산업화 초기 마구잡이로 계획된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진 우리 현대 도시사의 아픈 증인이다. 그래서일까, 프로젝트 사이트 일대는 도시의 과거를 부정하는 도시정비사업이 한창이었고 이미 성공적으로(?) 그 자취를 지워낸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묘한 곳이었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의 부정적 공존,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상업가로를 채우고 있는 무심한 풍경들, 천편일률적인 도로변 상가들, 끊임없이 들려오는 재개발 공사 소음이 전하는 불안정함, 그 앞에 한없이 연약한 존재로 전락한 주택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프로젝트의 ‘환경’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건축이 늘 도시의 조연이길 바라 왔다. 우리의 프로젝트가 주변의 여러 풍경을 참조해 만들어 진 충실한 조연 중 하나가 되고, 뒤이은 미래에 우리의 프로젝트가 또 다른 어떤 건축의 참조점이 되어 가는 과정들이 켜켜이 쌓인 도시를 꿈꾼다. 그래서 빈틈없이 재미있지만 잔잔하게 유지되는 서사에서, 우리가 일하는 순간 순간이 극을 빛내는 훌륭한 조연을 빚어내는 과정이란 믿음으로 작업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마주한 환경, 즉 존재가 부정되는 배후도시와 건축, 자기복제된 양 옆 이웃건축물, 쉴새없이 지어지는 장소성 상실의 아파트단지들은 참조가 불가능한 대상으로 이해되었다. 주변의 맥을 따르고, 뉘앙스를 엿보고, 재료를 모방하고, 스케일을 이식하는 등 우리가 즐겨 작업하던 방식을 통해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던 것. 결국 스스로의 방식과 모습으로 존재하는 주연을 설계해 내게 되었고 오히려 주변과는 배치되는 건축적 언어들, 볼륨을 덜고, 내부를 투영하고, 빛을 비추며 받아들여 스스로 빛나는 개별자를 만들어 내는 나름의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건축과 도시의 접점
주연을 탄생시키기로 한 이 대지에는 사실 오래된 주연배우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양 옆 상가건물처럼 80년대에 유행했던 벽타일로 마감된 낡은 모텔이었는데, 이웃 건물들보다 안쪽으로 한 켜 물러나 앉아 제법 재미있는 계단식 볼륨과 근사한 진입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이 건물이 수명을 다했다고 판단한 클라이언트는 부모와 함께 두 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포함한 임대용 상가를 기획하고 건축가를 찾았다. 상업지역에 기준하는 계획 가능면적은 작지 않았으나, 저층을 충분히 활용하던 옛 건축물의 소유자 입장에서는 건축물 연면적 확보의 전제인 저층부 주차장 할애라는 기회비용이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물론 그 부분은 건축가 역시 충분히 앞서 짐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했다. 결국 이는 곧 우리가 건축물이 도시와 만나는 경계부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현명하게 기획해 클라이언트와 건축가, 거주자와 이용자 모두가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함을 의미했다.
지하를 개발해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방법은 이 프로젝트에서는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다. 예산의 한계 뿐 아니라 양 옆 건축물의 노후도와 단차있는 후면 등 부지 주변의 물리적 환경은 지하층 개발의 여러 장애요소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건축가는 지하 개발은 피하면서도 도시의 상업가로가 가지는 풍경은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우리 프로젝트에 직접적으로 진입해 상가를 이용하는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도시를 구성하는 저층부의 입면이 도시를 경럼하는 과정 틈새이수 포착되며 형성되는 ‘도시걷기’의 리듬만큼은 깨고 싶지 않았다. 이를 위해 그라운드 레벨 전체가 필로티 주차장이 되는 방향은 지양하려 했고, 건축을 반층 주저앉혀 ‘반지하 주차장’을 자주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풀어내고 차량 진출입구를 과감하게 중앙부로 배치해 차량동선이 자연스럽게 1층의 상점 출입부와 상층부 진출입구를 분리하게 했다. 나아가 차량이 반층 하강하는 과정에서 1.5층으로 확장된 1층 상가 내부의 행태가 운전자에게 포착되게끔 계획했고, 반층 들어올린 1.5층은 보도와 접한 1층과 분리하지 않고 복층형 공간으로 통합해 재미있는 공간감을 구현했다. 저층의 임대단위를 늘리려 공간을 여러개로 분할하는 상업적 셈을 내려놓은 결과는, 높은 층고의 매력적인 도입부와 흥미로운 내부공간의 공간경험이 가능한 훌륭한 1층 상가로 되돌아왔다.
면 나누기, 공간 나누기
다양한 고민을 통해 도시와 접점을 맺은 건축은 그 상층부에 임대를 위한 상가와 두 가족을 위한 주택을 수용한다. 주 외장재료는 폴리카보네이티드 패널과 고성능 유리, 그리고 금속패널이며 이는 슬래브에 빠르게 정착시켜 공기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성은 물론 건축의 입면을 균질한 단위로 나누고 투영, 반투영, 불투영의 농담을 조절해 내부공간의 노출과 가림이 적절히 혼재되게끔 하는 디자인 핵심 언어가 되어주었다. 이러한 단위재 사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수직의 면 분할 패턴은 건축의 저층부터 고층까지 일관되게 관통하는데, 수직으로 연속되되 수평으로 병치되는 패턴은 수직으로 선 건축공간을 수평으로 경험하게 되는 근린생활시설의 이용 행태, 그 리듬감과 닮았다.
공간은 근린생활시설의 태생이 그러하듯 전용부와 공용부로 이분되지만, 공용부 면적을 일부 할애해 전용부로의 진입공간을 늘어뜨려 전이공간을 구성하였다. 방문객이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통해 각 층의 진입부에 랜딩되었을 때, 도로 건너편의 공원예정지를 발견하며 도시를 맞이할 수 있게끔 홀을 정면부로 틀어 계획한 것이다. 전용률의 확보를 위해 공용부를 최소화 해 전용부에 최단거리로 도달하게 할 수 있었음에도, 프로젝트의 입지라는 고유한 성격을 고려해 시각과 움직임의 전이단계를 삽입해 도시를 색다르게 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 노력했던 결과다. 또한 이러한 공용공간은 외관의 간결함과 대비되는 묵직한 질감으로 표현했는데, 노출콘크리트와 테라조타일, 단색의 평철난간 등 담담하고 차가운 마감재를 선정해 내부공간에 날것으로 노출되는 외장재의 존재를 더 극적으로 마주하고 이해하게끔 했다. 그리고 최상층부 주택은 용적률을 고려해 볼륨을 비워내되, 건물 전체의 수직적 상승감을 연장하기 위해 구조프레임을 살려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위요감을 확보했다. 내부는 두 가족의 생활패턴에 맞게 면적을 분배하였고, 그 과정에서 테트리스 블록이 엮이듯 독특한 조합을 갖게 되었다.
Architect : H2L
Design Team : Changyul Lee, Jihyun Park
Location : Sujung-gu, Sungnam-si, Gyeonggi-do, Korea
Client : Private
Construction : Lawoo Construction
Photography : Namsun Lee
Project : 2020.01 - 2021.01
Built : 2022
Type : Neighborhood Facility, Private House
Site Area : 352.40㎡
Site Coverage Area : 202.33㎡
Total Floor Area : 1,225.94㎡
Building Scope : 8F
Structure : RC
Finish : Polycarbonated Panel, Steel Panel, G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