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올린 집 / Folding 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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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규


접어올린 집 | Folding Red

도심 한복판, 전망 좋은 최상층 거주공간, 안정적인 임대수익, 그럴듯한 건축미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부동산 가치를 가지는 대한민국 서울에 건축 가능한 필지를 소유한 이라면 꿈꾸어 볼 만한 일이다. 유튜브와 블로그를 뒤지다 보면 딱히 못할 것도 없어 보이고, 남들은 또 그렇게, 쉽게 건물주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이상한데?’ 싶을 정도로 싸고 쉽게 지어냈다는 현혹들과, 자고 일어나면 쑥쑥 올라가 있는 인근 공사장 이웃 건물들을 보면 어느새 값 싸고, 품질 좋고, 예쁘기 까지 한 건물 한 채가 마음속에서 준공을 마쳐 버린다.

건축가에게 모든 프로젝트는 귀천없음을 넘어 자식같은 존재다. 어떤 아이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어떤 아이는 새침하고, 또 어떤 아이는 심각한데, 와중 어떤 아이는 욕심쟁이에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녀석일 뿐이다. 욕심쟁이 녀석도 똑같이 어르고 달래 멋지게 키워내는 과정은, 어쩌면 감수성이 풍부한 친구를 다루는 것 보단 수월하면서도 가치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건축가들 마음 속에 왠지, 자본에 부역하고 건축을 위한 여러 가치들을 내려놓는, 소위 모양빠지는 일이라는 편견이 드리워져 있을 뿐.



수익형 부동산에 대응하는 방법

기회비용, 즉 구축되는 면적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비용은 대부분 중도 없이 한 쪽으로 치우치며 프로젝트의 기회비용 가치 설정을 하게 되고, 또한 대부분 미래지향적, 즉 비용적 부담을 안고서라도 미래의 수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결정되곤 한다. 이러한 결정은 곧 건축가에게 다양한 방식의 면적 확보, 즉 계량되는 수의 양을 높여야 하는 숙제로 다가오게 되는데, 공사 난이도, 구조 합리성, 데드 스페이스 등 건축적 차원에서의 효율적 계획각론에 앞서는 숫자의 힘을 만족하면서도 건축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여러 차원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게 한다.

이에 응답하는 접어올린 집의 해법은 프로젝트의 애칭 그대로 ‘접기’ 였다. 최적의 건축가능영역 설정을 위해 도로에 면하는 코너부를 지구단위계획에 맞게 연직방향 Set Back 하고, 인접대지에 면하는 서측 사선의 대지 경계는 코어를 배치하였다. 서측 외벽은 두 번 접어 얕은 계단식 벽체가 되도록 하였는데, 코어라는 합리성에 대응하기 위해 진입방향의 연직성은 맞추어 내면서 사선에 대응하는 접기의 방안이었다. 물론 면적만 확보하고 장렬히 전사하는, 버려지는 공간은 아니며, 내부에서 수납이나 설비공간으로 활용된다. 내부공간 역시 비정형의 기준층 외주부 형태에 대응하면서 ‘방 둘, 화장실 하나’ 라는 전제조건들을 맞추어 내기 위해 내력벽들을 세밀하게 접어 가며 구성한다. 공용공간을 최소화 하며 전용공간의 양을 늘리면서도, 진출입부의 경험을 살리기 위해 계단실 일부 벽을 하부공간을 활용하며 접어내 진입공간을 확보하였고, 임대 거주공간 내부환경을 위해 습식공간을 일원화 하고자 건식공간의 간벽을 섬세하게 접어갔다. 보일러실은 상술한 접힌 외벽의 공간, 엘리베이터 승강로 옆 자투리 공간에 일원화 해 배치하여 내부공간의 쾌적성을 높혔다.



저층부는 일부 캔틸레버 필로티 공간을 만들어 서비스 공간을 해결해 나갔다. 사선의 대지형상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자투리공간에는 분리수거장, 창고, 실외기공간 등을 할애했다. 외주부와 코어 측면에 자주식 주차를 최대한 수용하고, 2층으로 직결되는 외부계단의 옹벽에 기대어 리프트식 기계식 주차장을 적용했다. 1면의 공간에 2대의 주차면 확보 효과를 잡을 수 있는 리프트식 기계식 주차장을 적용하면서, 필로티 상부의 유효높이 확보와 함께 지하공간의 차량 수납 박스 역시 필요하게 되었는데, 주거용 수익형 부동산에서 전용면적 확보의 전제조건인 주차면 확보라는 최우선 과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하공간은 다방면으로 접힌 벽체들이 나름의 역할을 하며 물탱크, 소화설비, 엘리베이터 하부공간을 구성한다. 필요공간 구성 후 남는 공간들은 PIT로 처리하여 지정과 기초 공사의 합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하였다.

외관디자인은 매스의 재미보다 건축의 역할과 내용에 충실하며 단일재료로 표현하되, 대부분의 창호를 2-3개 타입으로 통일하여 적용하여 창호제작의 경제성을 도모했다. 건물의 입지에서 조망될 구도심에서 아직 주된 풍경을 유지하고 있는 적벽돌 마을의 적색을 붉은 콘크리트 블록으로 이어와 저층의 노출콘크리트 계단벽 일부와 두겁과 난간의 진회색 평철들을 제외하곤 하나의 덩어리감을 선사하길 기대했다. 이는 재료 발주의 합리성 뿐 아니라, 주변에서 난개발되고 있는 임대용 주거 복합시설들이 가지는 특유의 혼란한 재료적용을 담백하게 반박하고 싶은 건축가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또한 통일된 창호가 주는 지루함을 상쇄하고자 각 면에 2개의 타입이 적절히 조닝되어 섞여 표현되게끔 배치했고 각 창호를 입면에서 최대한 눌러 넣어 깊이감을 주었다. 모따진 코너 벽체에는 창호를 적용하지 않고 최상층 건축주 거주공간의 대형 창호 하나만을 힘주어 계획해 상징성을 높였다. 2층의 근생 창호는 캔틸레버의 그늘 아래까지 최대한 올려 붙였고, 2층 직출입 계단 벽은 블록을 비워 쌓아 수직동선이 들여다 보이게 했다. 이러한 나름의 고려들은 경제성을 위한 획일화가 가져올 무난함을 최대한 정갈하게 흩어놓고자 하는 건축가의 노력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

수익형 부동산에 대응하는 나름의 해법들 사이에서도, 좋은 건축이 되고자 하는 건축가의 기본적인 욕망들은 송곳처럼 삐져나오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접기’들이 가동된다. 공용부의 보안성을 고려해 별도의 직출입 외부계단을 제안하며 독특한 형태로 들여져 계획된 2층의 근린생활시설은 보행 출입, 차량 출입, 외부테라스, 리프트형 기계식주차장의 벽체 등에 대응하며 여러 요철들이 발생했다. 이러한 요철들의 복잡함을 덜어주고자 계단의 외벽은 수직으로 두세번 끊어 일반쌓기와 비워쌓기를 번갈아 적용해 단일 면이 꺾이며 발생하는 번잡함을 줄이고자 했다. 더불어, 단열부와 비단열부의 단차로 인해 발생하는, 주차 출입구 높이 확보에 대응하며 발생하는, 기준층 최대면적을 확보하며 발생하는 꺾임과 접힘의 부분들은 나름의 대처를 통해 해결해 나갔다. 노출콘크리트와 계단 시작점의 선을 맞추어 의도된 단차로 느껴지게끔 하거나, 쌓기 방식을 다르게 해 영역성을 주거나, 캔틸레버 천장 마감까지 동일 색상의 창호를 올려붙여 음영이 이어지게 하는 등의 계획적, 기술적 대처들을 통해 건축적 성과를 소소하고 섬세하게 만들어 나갔다. ㄷ자로 구성된 내부공간은 요철부에 습식 공간을, 출입문 앞엔 카페 임차를 고려한 주방공간을, 반대편에는 통창과 테라스를 두었고 계단참에서는 샤프트와 주민 공동시설에 접근할 수 있게 꼼꼼하게 계획했다.



최상층 건축주 거주공간은 기준층의 내력벽 구조와 개구부 계획 논리를 계승하면서도 훌륭한 가족단위 거주공간이 될 수 있게 계획하였다. 다락에서 내려다 보일 수 있는 높은 층고를 가지는 거실에는 모따진 코너부의 대형 코너창을 통해 인상적인 조망을 확보하게 하였는데, 프로젝트가 위치하는 이문동의 복잡 고밀한 도시를 이 커다란 프레임에 담아 바라보면 담백하게 정리된 인테리어와 네모 반듯한 창의 형태에 대비되는 도시의 복합성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보조주방과 팬트리를 가지는 주방, 2개의 침실과 건/습식 욕실, 서재를 겸할 수 있는 다락까지 충실히 계획했다. 옥상부에는 계단실에 드나들 수 있는 공용 테라스와, 다락에서 활용 할 수 있는 전용 테라스를 각기 배치해 최상부 두 군데의 보이드를 두었다. 이러한 내외부 설계의 결과, 최상층이 나름의 변동성 있는 스카이라인을 가질 수 있게 되어 단일성, 균질성, 획일성을 가지는 슴슴한 외관디자인의 무게를 한번 더 덜어 주었다.

임대를 위한 건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선악의 문제가 아닌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의 구성물 중 하나가 태어나는 너무나도 보편적인 과정 중 하나일 뿐이며, 결국 문제는 이를 기획하고, 계획하고, 지어내고, 사용하는 주체들의 태도에 있다. 흔하디 흔한 보편의 프로젝트들에서, 탄생의 목적을 위해 전제할 것은 전제하고, 사회의 물리적 일원으로서 해야 할 몫은 다 하며, 그에 더해 도시를 구성하는 좋은 건축으로서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성취할 때, 우리 도시환경의 보편적 질은 높아질 것이라 믿는다.














Architect : H2L
Design Team : Eunbi Kim
Location : Imoon-dong, Dongdaemun-gu, Seoul, Korea
Client : Private
Construction : JP Members Construction
Photography : Hong, Seokgyu

Project : 2021.11 - 2022.05
Built : 2023.06 - 2024.08
Type : Housing Complex
Site Area : 152.73㎡
Site Coverage Area : 91.17㎡
Total Floor Area : 527.90㎡
Building Scope : B1F, 7F
Structure : RC
Finish : Concrete block, Exposed Concrete, Steel Plate